뉴스

[한살림고양파주생협] ‘쌀값결정회의’ 거꾸로 된 흥정

입력 : 2015-07-10 12:17:00
수정 : 0000-00-00 00:00:00

 



‘쌀값결정회의’ 거꾸로 된 흥정



 





▲적성면에서 손모내기 체험을 하고 있는 조합원들.



 



파주시 적성면에 자리한 생산자의 논에서 가족 단위의 논농사 체험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손모내기를 시작으로 김매기와 수확까지를 함께할 예정이지요. 초등학교 저학년에서 70대까지로 구성된 초보 농사꾼들의 실력은 누구나 짐작할 수 있는 정도이지만 함께하는 생산자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며 땀 흘리다보면 어느새 그럴듯한 모양새를 하고 있습니다.



 



‘도시와 농촌이 함께 짓는 농사’는 논이 아닌 곳에서도 마주할 수 있습니다. 2008년의 일입니다. 오랜 세월 화학비료를 쓰지 않고 유기적인 방식으로 농사를 지어 온 충남 아산과 당진 생산자들의 쌀이 정부로부터 친환경농산물 인증을 받지 못하는 일어 벌어집니다. 근처 아산호와 삽교호의 수질에 문제가 생겼기 때문입니다.



 



이때, 먹을거리에 있어 유독 깐깐한 한살림 소비자 조합원들의 반응은 세간의 예상을 뒤엎습니다. 너나 할 것 없이 ‘내가 미인증쌀을 먹겠다’라는 움직임이 일었던 것입니다.



 



그 해 아산과 당진의 미인증쌀은 전체 수매량의 95% 이상이 소비됩니다. 그리고 이에 힘입은 생산자들은 현장의 수질개선 작업을 펼칠 수 있었습니다. 소비자는 생산자의 생활을, 생산자는 소비자의 생명을 책임진다는 우직한 신뢰가 바탕이 되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매년 추수가 끝나면 생산자와 소비자가 한자리에 모여 쌀값을 결정하는 한살림의 ‘쌀값결정회의’에서도 흔치 않은 광경을 마주하게 됩니다. 생산자들은 지난해에 비해 조금만 올리거나 동결하겠다고 하고 소비자들은 한사코 가격을 좀 더 올려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매년 되풀이되는 이 색다른 흥정은 시장의 작동원리와 전혀 다른 협의(協議)경제의 가능성을 보여줍니다. 한 오랜 조합원은 1994년 ‘쌀값결정회의’ 과정을 본 후 한살림과 평생을 함께하기로 마음먹었다고 합니다. 그 날 한 생산자님이 그러셨어요.“여기 모여 있는 분들이 우리 쌀을 먹는 게 우리 꿈이 아니다. 우리나라에 사는 모든 사람들이 좋은 쌀을 먹어야 하지 않겠나? 그러려면 우리 쌀은 아직 비싸다.” 그해 기어이 쌀값을 올리지 못했던 기억이 납니다.



 



 



한살림고양파주생협 기획홍보팀 손문정



 



신문협동조합「파주에서」 모든 컨텐츠를 무단복제 사용할 경우에는 저작권법에 의해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